똥파리
'세상은 엿같고, 핏줄은 더럽게 아프다'
1. 날것에의 동경
철거촌을 어슬렁거리는 이 남자가 얼마나 쓰레기인지 우리는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우는 여자의 얼굴에 침을 뱉고 성이라도 내면 여지없이 싸대기를 날리는 상훈은
제 편, 남의 편 가리지 않고 주먹부터 날리는 구제불능이다.
<똥파리>는 관객이 상훈에게 다가갈 조금의 여지도 허락치 않는다.
한숨 돌릴라 치면 이혼한 누나에게 욕지거리를 해대고, 출소한 아버지 배를 냅다 걷어찬다.
상훈은 그저 윙윙거리는 한마리의 '똥파리'일 뿐이다.
가늘게 뜬 눈 만큼이나 날카롭고 삐딱한 상훈.
마음이 뭉클해지고 동정의 기미가 보일라 치면, <똥파리>는 뒤로 물러서며 외친다.
이놈은 그저 날것 그대로의'똥파리'일 뿐이라고.
2. 불편한 진실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어디 한 번 나를 보고도 그런소리가 나오는지 보자.
상훈은 언제나 분노의 에너지로 가득차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도..
같은 처지로 느껴지는 여고생 연희에게도..
상훈이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상훈은 그저 한 마리의 똥파리에 불과하다.
연희와 상훈은 그저 묵묵히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영화의 이런 솔직함은 불편한 진실이다.
2009년 한해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열광했고 찬사를 쏟아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위험을 감수하고 드러낸 불편한 진실의 힘이 아니었을까.
3. 양익준, 그의 행보
양익준은 똥파리를 찍기 전까지 충무로에서는 꽤나 알려진 조연전문 배우였다.
또한 몇번의 단편 영화를 찍고 상영을 했던 단편영화 감독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사비를 털어 똥파리를 완성했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거머쥐고 있다.
그는 하루아침에 떠오른 반짝 스타가 아닌 것이다.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수상한 양익준.
이제 그는 영화배우로, 감독으로 충무로의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과연 그가 여기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같은 길을 걷는 많은 사람들과
똥파리를 사랑했던 관객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수많은 난관을 열정하나로 뚫고 온 그이기에 지켜보는 사람들의 기대감은 한층 더 높다.
4. 똥파리를 닮은 영화들
똥파리 이전에 양익준 감독과 비슷한 루트로 데뷔한 감독을
생각해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류승완감독이다.
미국의 선댄스 키드들 처럼, 혜성과 같이 나타난 이들은
매스미디어의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비주류에서 단번에 주류로 올라섰다.
이러한 성공적인 데뷔사례들은 끊임없는 후발주자들을 양성해냈고
실제로 몇몇은 여전히 충무로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개봉한 똥파리나, 낮술 같은 독립영화들도
같은 범주에 해당하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들의 상업적인 성공들이 가져오는
다양한 역기능과 많은 아직까지는 순기능이 더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싶다.
영화와 흥행을 별개로 생각 할 수 없는 요즘의 상황과 태생적인 한계는
이러한 영화들의 성공적인 시장진입을 통해 그 범위를 넓혀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똥파리의 여주인공 '연희'
올해 인디영화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영화 '똥파리'.
패기어리고 독한 그들의 영화 만큼이나 크게 약진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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